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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3

비밀 연애와 콩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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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필이 테이블 위로 불쑥 손을 뻗어왔다. 그의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해인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엄지손가락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해인의 볼을 살살 문지르며, 그가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만져봐도 되는데. 이제 합법이잖아요, 우리.”

해인의 입술이 헙, 하고 벌어졌다.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나올 것처럼 거세게 요동쳤다. 사귄 지 고작 하루 지났을 뿐인데, 20년 치 짝사랑을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 원필의 스킨십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누, 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고요……!”

“반투명 커튼 쳐놨잖아요. 그리고 손님 들어오면 뭐 어때요. 내 여자친구 내가 예뻐하겠다는데.”

미친. 미친 김원필.

저 얼굴로 저런 낯간지러운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치다니, 이건 진짜 반칙이었다. 해인이 부끄러움에 몸을 꼬며 원필의 손목을 떼어내려던 찰나였다.

딸랑-!

“사장님~ 계세요?”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젊은 여성 손님 두 명의 목소리가 가게 안을 울렸다.

“……아.”

원필이 아쉬운 듯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해인의 뺨에서 손을 거뒀다. 하지만 완전히 떨어지기 전, 그의 집게손가락이 해인의 콧등을 가볍게 톡 치고 지나갔다.

“기다려요. 금방 응대하고 올게.”

원필은 순식간에 눈빛을 갈무리하더니, 린넨 커튼을 젖히고 카운터 쪽으로 걸어 나갔다.

“네, 어서 오세요.”

방금 전까지 해인을 잡아먹을 듯 쳐다보던 그 나른한 남자는 온데간데없고, 한없이 다정하고 예의 바른 ‘어느 날의 왈츠’ 사장님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해인은 노트북 모니터 너머, 살짝 열린 커튼 틈새로 그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사장님, 저희 친구 졸업식이라서요. 사진 예쁘게 나오게 화려한 색감으로 부탁드려요!”

“네, 그럼 쨍한 코랄빛 튤립이랑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 섞어서 풍성하게 잡아드릴까요?”

“헐, 네! 너무 좋아요! 사장님 진짜 센스 대박…….”

여성 손님들은 원필이 꽃을 고르고 포장지를 재단하는 내내, 그의 얼굴과 손끝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저희들끼리 “대박 잘생겼어”, “미쳤다 진짜” 하며 작게 속닥거리는 소리까지 해인의 귀에 고스란히 들려왔다.

예전 같았으면 해인 역시 저들 틈에 섞여 ‘역시 우리 사장님 얼굴이 복지네’ 하며 가성비 덕질을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해인의 눈에 장착된 필터는 완벽하게 달랐다.

‘흐음. 뭐, 잘생기긴 했지.’

해인은 팔짱을 끼고 의자 등받이에 거만하게 몸을 기댔다.

‘근데 어쩌나. 저 미친 미모의 사장님, 어제부터 내 남친인데.’

질투? 그런 건 1퍼센트도 없었다. 오히려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엄청난 뽕과 자부심이 차오르고 있었다. 저렇게 일 잘하고, 친절하고, 조각같이 잘생긴 남자가 무려 내 거라 사실이 주는 압도적인 승리감.

손님들에게 다정하게 웃어주던 원필이, 문득 포장용 리본을 고르는 척하며 시선을 슬쩍 가벽 안쪽으로 돌렸다.

커튼 틈새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해인과 눈이 딱 마주친 순간.

원필은 손님들 모르게, 해인을 향해 아주 살짝 오른쪽 눈을 찡긋 감았다 떴다.

“……!”

그 짧고 은밀한 윙크에 해인은 헉, 하고 숨을 들이켜며 황급히 모니터 뒤로 숨었다.

‘미쳤어! 밖에서는 저렇게 영업용 미소 짓고 있으면서, 안쪽으로는 나한테 플러팅을 날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와 탭댄스를 추는 것 같았다. 비밀 연애가 이렇게 심장에 해로운 건 줄 알았다면 시작도 안 했을…… 아니, 그래도 무조건 했을 것이다.

“예쁘게 포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얼마 후, 손님들이 기분 좋게 꽃다발을 안고 가게를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고,

철컥.

잠금장치가 걸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린넨 커튼이 휙 젖혀졌다.

“아, 진짜 미치는 줄 알았네.”

원필이 앞치마를 거칠게 벗어 던지며 성큼성큼 해인에게 다가왔다. 손님들을 대하던 그 반듯한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간식 시간을 기다리다 지친 대형견 같은 표정이었다.

그는 해인의 의자 팔걸이를 양손으로 짚고 상체를 훅 숙여왔다.

“해인 씨.”

“네, 네? 수고, 수고하셨어요…….”

“나 아까 포장하는 내내, 손님들 눈 피해서 해인 씨한테 달려오고 싶은 거 꾹 참았거든요.”

원필의 시선이 해인의 흔들리는 동공에서 시작해, 발갛게 달아오른 뺨, 그리고 꼭 다문 입술로 느릿하게 떨어졌다.

“아까 하던 거, 마저 해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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