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 My Day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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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0

심장 폭발 1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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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해인의 귓가에 거대한 종이 울리는 것 같았다. 아니, 종이 아니라 심장이 갈비뼈를 박차고 튀어나와 바닥에 나뒹구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의자 팔걸이를 짚고 몸을 숙인 원필과 해인의 거리는, 고개를 조금만 틀어도 코끝이 닿을 만큼 아슬아슬했다.

그의 까만 눈동자 안에 당황으로 굳어버린 해인의 얼굴이 고스란히 비쳤다. 평소의 그 예의 바르고 단정하던 꽃집 사장님의 눈빛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맹수같이 위험하고도 노골적인 시선.

“아…….”

해인의 입술이 바보처럼 달싹였다.

머릿속은 하얗게 표백되어 아무런 단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신경 쓰입니까’라는 직구에 ‘네’라고 대답하면 완벽한 패배였고, ‘아니요’라고 대답하기엔 덜덜 떨리는 손목과 터질 듯 붉어진 얼굴이 이미 모든 것을 자백하고 있었다.

“그, 그게!”

해인이 의자를 뒤로 홱 밀며 몸을 빼냈다. 바퀴 달린 의자가 끽,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나자 간신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아니, 남자가! 그렇게 뒤에서 불쑥 다가와서 내려다보는데! 당연히 놀라죠! 사장님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신경 쓰였을 거라고요!”

아무 말이나 닥치는 대로 내뱉은 변명이었다. 나름대로 철벽을 친답시고 소리친 거였는데, 원필의 반응은 해인의 예상을 완벽하게 빗나갔다.

원필은 물러서거나 민망해하는 대신, 책상 모서리에 비스듬히 기댄 채 고개를 살짝 까딱였다. 그의 입술 사이로 바람 빠지는 듯한 낮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누구라도요?”

“네! 누구라도!”

“아쉽네요.”

원필이 몸을 일으키며, 느릿하게 해인의 눈을 맞췄다.

본문 삽화

“저는 해인 씨가, 제가 옆에 있어서 신경 쓰이는 줄 알았는데.”

미친. 미친 김원필.

해인은 양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을 뻔했다. 저건 명백한 플러팅이었다. 그것도 퇴로를 모조리 차단해 버리는 지독하게 직설적인 플러팅.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손끝만 스쳐도 화들짝 놀라며 이마를 박던 그 뚝딱이 사장님은 어디 가고, 무슨 로맨스 드라마 남주인공에 빙의라도 한 것인지. 해인은 눈앞의 남자가 낯설어 미칠 지경이었다.

“사장님, 진짜 오늘 왜 이래요! 뭐 잘못 드셨어요?!”

“잘못 먹은 거 없습니다. 컨디션 최고라니까요.”

“저한테 진짜 왜 이러세요…… 저 진짜 이런 거 면역 없단 말이에요.”

해인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투덜거리자, 원필이 마침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면역 없으면 더 좋죠. 앞으로 내가 하는 것마다 다 설레어할 테니까.”

“아, 진짜! 저 마감 수정해야 하니까 저쪽으로 가요! 빨리!”

해인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원필을 쫓아냈다. 더 이상 그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다가는 정말 심장이 터져서 응급실에 실려 갈 것 같았다.

원필은 해인의 머리 위를 큰 손으로 아주 가볍게 톡, 쓰다듬고는 뒤돌아섰다.

““알겠습니다. 더 장난치면 진짜 짐 싸서 도망가실 것 같아서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커피 식기 전에 마셔요. 저쪽에서 꽃 정리하고 있을 테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부르고.”

원필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해인은 멍하니 제 손등과 머리를 번갈아 만져보았다.

하지만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기 직전, 그는 어깨 너머로 해인을 돌아보며 쐐기를 박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수정 작업 다 하실 때까지 안 건드릴 테니까, 편하게 하세요. 구경도 안 할게요.”

싱긋.

그 치명적인 눈웃음을 마지막으로 원필의 모습이 커튼 뒤로 사라졌다.

해인은 타블렛 앞에 엎어지듯 고개를 숙였다.

뜨겁게 달아오른 뺨을 차가운 책상 유리에 비비며, 속으로 수백 번쯤 자신을 저주했다. 강해인, 등신. 거기서 왜 말을 더듬어. 그냥 쿨하게 쳐다보면서 ‘네, 신경 쓰이니까 비키세요’ 하면 될 것을.

하지만 아무리 이성으로 자책해 본들, 이미 고장 나버린 심장 박동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가 닿았던 자리가 화끈거렸다.

이 남자는 어제 브레이크를 부숴버린 게 확실했다. 예의 바른 꽃집 사장님의 껍데기를 완전히 벗어던진,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위험한 불도저가 따로 없었다.

‘아…… 강해인. 진짜 망했다. 완벽하게 감겨버렸어.’

해인은 두 손으로 뜨거워진 뺨을 감싸 쥐며 모니터 뒤로 얼굴을 푹 숙였다.

이제 이 좁고 아늑한 꽃집 안에서, 이 다정한 남자의 직진을 피할 길은 영영 사라져 버렸음을 직감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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