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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8

작전 개시, 오늘의 전장은 광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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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우리는 비장한 각오로 광진구 부모님 댁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자기야, 복습하자. 오늘 우리의 목표는 뭐야?" "자연스러운 스킨십, 그리고 묘한 기류 형성. 절대 '찐친'처럼 굴지 않기."

강영현이 내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작전은 이랬다. 평소처럼 투닥거리는 대신, 서로를 챙겨주는 '남녀'의 모습을 보여주어 부모님이 먼저 "너네 설마...?"라고 묻게 만드는 것.

"나 오늘 진짜 진지해. 아까 마포역에서 너 기다리면서 연기 연습도 했다고." "무슨 연기?" "눈빛 연기. 너를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게 바라보는 멜로 눈빛."

그는 버스 안에서 나를 향해 치명적인(?) 눈빛을 쏘아 보냈다. 해외영업팀 대리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고, 열정 넘치는 신인 배우 같은 모습에 나는 웃음을 참느라 허벅지를 꼬집어야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와 아빠, 그리고 마침 반찬을 주러 오신 영현이 어머니까지 거실에 모여 계셨다.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우리는 신발을 벗자마자 작전에 돌입했다.

"어머, 얘들아 왔니? 배고프지?" 엄마의 물음에 강영현이 내 어깨에 손을 부드럽게 올리며 대답했다.

"어머니, ㅇㅇ이가 오늘 회사에서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기운이 없대요. 제가 옆에서 잘 챙겨 먹여야죠."

그러고는 식탁에 앉자마자 그가 내 젓가락을 세팅해주고, 물을 떠다 바치며, 심지어 생선 살을 발라 내 밥 위에 살포시 얹어주었다. 평소라면 제 입만 입이었을 놈이 이러고 있으니, 부모님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됐다.

'좋아, 걸려들었어!'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10초 뒤, 아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영현아, 고생이 많다. 우리 딸이 성질이 고약해서 너한테 갑질하는 거 아니지? 오죽하면 네가 이렇게 비위를 다 맞추냐." "아니에요, 형님! 영현이가 원래 착해서 그래요. ㅇㅇ아, 영현이 좀 그만 부려 먹어!"

...우리의 '다정한 연인' 코스프레는 졸지에 '갑질하는 여사친과 고생하는 남사친'의 서사로 둔갑해버렸다.

식사를 마치고 과일을 먹는 시간. 강영현은 포기하지 않고 2단계 작전인 '눈빛 교환'에 들어갔다. 내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자, 그가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아주 그윽하게 나를 쳐다봤다.

"맛있어? 많이 먹어."

누가 봐도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이었다. 거실의 TV 소리가 잦아들고 묘한 정적이 흘렀다. 드디어 엄마가 입을 떼셨다.

"영현아." "네, 어머니!"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너... 혹시 돈 필요하니? 왜 그렇게 ㅇㅇ이를 간절하게 쳐다봐? 너네 엄마한테 말 못 할 고민 있어? 아줌마가 빌려줄까?"

영현이 어머니도 옆에서 거드셨다. "영현아, 너 사고 쳤니? 왜 저렇게 ㅇㅇ이한테 애처롭게 매달려! 솔직히 말해봐!"

강영현의 멜로 눈빛은 졸지에 '돈 빌려달라는 채무자의 눈빛' 혹은 '사고 치고 빌붙는 놈의 눈빛'으로 오해받고 말았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20년의 세월이 만든 필터는 그 어떤 로맨스도 차단하는 무적의 방화벽이었다.

"안 되겠다. 그냥 직구로 가자." 강영현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더 이상의 밑밥은 의미가 없었다. 그는 비장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부모님들을 향해 정중하게 서서 입을 열었다.

"아버님, 어머님. 사실 저희 오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부모님들의 시선이 다시 한번 고정됐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진지해졌다. 강영현은 내 손을 꽉 잡고 숨을 들이켰다.

"저희 두 사람, 사실 친구가 아니라..."

그때였다. 엄마가 내온 파김치 한 조각을 무심코 집어 먹었던 강영현의 식도가 반응을 시작했다. 그 파김치는 엄마가 이번에 유독 맵게 담근 '핵폭탄급' 파김치였다.

"히끅! ...저희... 히끅! 사실은... 히끅!"

매운 기운이 확 올라오자 강영현의 고질병인 딸꾹질이 터져버렸다. 한 번 시작된 딸꾹질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영현아! 너 왜 그러니? 물 마셔, 물!"

"아이고, 우리 아들 매운 거 못 먹는데! 여기 물! 숨 참아봐!"

부모님들은 혼비백산하여 강영현의 등을 두드리고, 코 끝에 침을 바르고, 물을 먹이느라 난리가 났다. "저희 사귀어요!"라는 고백은 딸꾹질 소리에 묻혀버렸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응급처치 상황'으로 변질됐다.

결국 고백은커녕 강영현의 딸꾹질을 멈추게 하느라 진을 다 뺀 채 우리는 집을 나섰다. 부모님들은 대문 앞까지 배웅을 나오시며 말씀하셨다.

"영현아, 다음에 올 땐 안 매운 거 해줄게. ㅇㅇ아, 영현이 딸꾹질 멈출 때까지 잘 살펴주고!"

"네... 안녕히 계세요..."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길, 강영현은 여전히 간헐적인 딸꾹질을 하며 허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히끅! ...자기야. 우리 망했지?" "응. 완벽하게."

우리는 정류장 벤치에 주저앉아 실성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스킨십은 '갑질'로, 눈빛은 '채무'로, 고백은 '딸꾹질'로 끝난 하루. 20년 동안 쌓인 '가족 같은 친구'라는 서사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거대했다.

"안 되겠다. 다음엔 아예 호텔 예약해서 양가 부모님 초대하자. 정장 딱 갖춰 입고 '결혼하겠습니다'라고 해야 믿으실 것 같아." "야, 그건 너무 무섭잖아!"

강영현은 내 손을 다시 꽉 쥐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비록 작전은 대실패로 끝났지만, 부모님 앞에서도 내 손을 놓지 않으려 고군분투했던 그의 진심만큼은 선명하게 느껴졌다.

"천천히 하자. 딸꾹질 안 날 때까지 연습해서."

그가 내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 광진구의 밤바람은 시원했고, 우리의 '커밍아웃 대작전'은 그렇게 귀여운 흑역사 한 페이지를 추가하며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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